티스토리 뷰

2026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사발렌카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던 아리나 사발렌카가 이번 대회에서도 4회전까지 올라왔다. 9월 4일 카밀라 라키모바를 6-3, 6-4로 꺾으면서 US오픈에서만 16연승을 이어갔다. 이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8강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가 조금 특별하다. 미국의 테일러 타운센드가 15번 시드 다이애나 슈나이더를 꺾고 올라오면서 사발렌카와 맞붙게 됐다.

사발렌카에게 이번 대회는 단순한 타이틀 방어가 아니다. 3년 연속 US오픈 우승이라는 기록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자 선수 가운데 US오픈 3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세리나 윌리엄스였다. 사발렌카가 이번 대회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면 자신의 이름을 또 하나의 기록과 함께 남길 수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지금까지의 흐름만 보면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사발렌카는 이번에도 강했다

라키모바와의 경기는 사발렌카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6-3, 6-4라는 스코어만 보면 여유롭게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두 번째 세트에서는 라키모바가 꽤 강하게 버텼다. 그럼에도 사발렌카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필요한 순간에 공격을 가져갔고, 결국 두 세트 만에 경기를 끝냈다.

특히 서브가 좋았다. 사발렌카는 이날 에이스 10개를 기록했고 상대에게 브레이크 포인트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에이스는 상대가 라켓을 제대로 대지도 못하고 서브가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를 말한다. 사발렌카처럼 서브가 강한 선수에게 에이스가 잘 나오면 경기 초반부터 상대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내가 이번 경기에서 더 좋게 본 부분은 오히려 실수를 줄였다는 점이다. 사발렌카는 원래 강한 공격이 장점인 선수지만 그만큼 위험도 있다. 공격을 서두르다 보면 언포스드 에러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상대가 특별히 잘한 것이 아닌데도 자신의 타구가 코트 밖으로 나가거나 네트에 걸리는 범실이다.

이번에는 그런 장면이 많지 않았다. 강하게 치면서도 무조건 한 방으로 끝내려고 하지 않았다. 이게 꽤 중요하다. 사발렌카의 파워는 이미 충분히 검증된 만큼 결국 우승을 결정하는 것은 그 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사용하는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16연승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부분

US오픈 16연승은 당연히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연승 숫자보다 사발렌카가 위기를 대처하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온다. 테니스는 한두 포인트의 분위기가 경기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종목이다. 잘 풀리던 선수가 몇 번의 실수를 하면서 갑자기 흔들리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현재 사발렌카는 예전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더 차분해진 느낌이다. 공격이 잘 들어갈 때는 확실하게 밀어붙이고, 상대가 버티는 순간에는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안정적으로 점수를 쌓으면서 상대에게 계속 부담을 주고 있다.

이번 라키모바전에서도 그 흐름이 이어졌다. 첫 세트에서 먼저 분위기를 잡았고, 두 번째 세트에서 상대가 반격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시 사발렌카가 앞서갔다. 상대 입장에서는 한 번쯤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해도 다시 사발렌카의 강한 서브와 공격을 상대해야 했다. 결국 이런 작은 차이가 경기 결과로 이어진다고 본다.

그래서 16연승이라는 기록도 단순한 숫자로만 볼 필요는 없다. 2년 동안 US오픈에서 계속 승리를 쌓아왔다는 것은 뉴욕에서 경기하는 데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발렌카 본인 역시 뉴욕에서 뛰는 것에 대한 편안함을 여러 차례 보여주고 있다.

다음 상대 타운센드가 변수다

이제 사발렌카 앞에는 테일러 타운센드가 기다리고 있다. 타운센드는 3회전에서 15번 시드 다이애나 슈나이더를 6-2, 6-7(3), 6-3으로 꺾었다. 세 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따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특히 이번 승리로 타운센드는 US오픈 4회전에 올라 사발렌카와 만나게 됐다.

두 선수는 아직 서로 맞붙은 적이 없다. 처음 만나는 경기인 만큼 상대에 대한 익숙함도 없다. 사발렌카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선수들과는 또 다른 스타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타운센드는 미국 선수인 만큼 홈 관중의 응원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타운센드가 무조건 사발렌카보다 강한 선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사발렌카가 우위에 있다. 세계 1위 사발렌카와 현재 단식 세계랭킹 96위인 타운센드의 차이도 분명하다. 하지만 테니스에서는 랭킹만으로 경기를 끝낼 수 없다. 하루 컨디션과 경기 초반 분위기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타운센드가 초반부터 사발렌카의 서브를 잘 받아내면서 긴 경기를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발렌카가 자신의 리듬을 찾기 전에 상대가 먼저 분위기를 가져가는 상황은 가장 경계해야 한다. 반대로 사발렌카가 초반부터 서브로 압박하면서 자신의 공격을 편하게 풀어간다면 경기가 빠르게 기울 가능성도 있다.

3연패를 결정할 건 결국 안정감

사발렌카가 이번 대회에서 3연패를 달성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경기 내용을 보면 큰 위기 없이 4회전까지 올라왔고, US오픈에서만 16연승이라는 흐름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와 그 전해에 이미 정상에 올라본 경험이 있다. 큰 무대에서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점도 분명한 장점이다.

다만 이제부터는 조금 다르다. 4회전 이후에는 상대 선수들의 수준이 훨씬 높아진다. 한 경기에서 한 번의 실수가 바로 세트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체력적인 부담도 커진다. 사발렌카가 계속 강하게만 밀어붙인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사발렌카의 경기를 볼 때 공격력보다 실수 관리에 더 주목할 것 같다. 이미 서브와 강한 스트로크는 확실한 무기다. 여기에 불필요한 범실만 줄어든다면 상대 입장에서는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가 된다.

이번 타운센드전도 비슷하다. 사발렌카가 초반부터 자신의 페이스를 잡는다면 비교적 빠르게 경기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타운센드가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끈질기게 버틴다면 생각보다 긴 승부가 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사발렌카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한 명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16연승이라는 기록도 이미 만들어냈고, 이제 목표는 8강을 넘어 준결승과 결승까지 가는 것이다.

결국 이번 US오픈에서 사발렌카의 3연패를 결정할 것은 '얼마나 강하게 치느냐'보다 강한 플레이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서브가 안정되고 공격에서 불필요한 실수가 줄어든다면 충분히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첫 번째 시험대가 타운센드다. 아직 두 선수의 맞대결 기록도 없는 만큼 의외의 경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사발렌카가 뉴욕에서 이어온 연승을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타운센드가 홈 코트에서 대형 이변을 만들어낼지. 이번 4회전은 3연패를 향한 사발렌카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