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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미얀마를 5-0으로 꺾었다. 결과만 보면 예상했던 완승에 가깝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단순히 5골을 넣었다는 것보다 더 볼 부분이 많았다. 특히 2003년생 김민지가 혼자 3골을 넣으며 대표팀 공격의 중심으로 올라섰고, 장슬기와 최유리까지 득점에 가세했다. 반면 두 차례의 페널티킥을 모두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장면은 큰 경기로 갈수록 그냥 넘기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은 승점 3점과 골득실 +5를 챙겼지만 F조 1위로 출발하지는 못했다. 같은 조 북한이 방글라데시를 10-0으로 이기면서 골득실 +10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아직 조별리그 첫 경기라 순위 자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21일 예정된 남북전까지 생각하면 첫날부터 두 팀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내가 이번 미얀마전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부분도 5-0이라는 점수보다 김민지의 등장과 앞으로 북한을 상대할 때 어떤 공격 조합을 사용할 수 있느냐였다.
김민지가 막힌 경기를 직접 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미얀마를 강하게 압박했지만 생각만큼 빠르게 선제골을 만들지는 못했다. 미얀마는 한국 대표팀을 과거 약 4년 8개월 동안 이끌었던 콜린 벨 감독이 지휘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감독인 만큼 미얀마는 수비에 많은 숫자를 두고 역습을 노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한국이 공을 오래 소유하더라도 페널티지역 안쪽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는 공간이 좁았다.
이 흐름을 바꾼 선수가 김민지였다. 전반 29분 김민지가 수비수를 앞에 둔 상황에서 보디 페인팅으로 슈팅 공간을 만든 뒤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보디 페인팅은 몸의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를 속이는 동작을 뜻한다. 수비가 밀집한 상황에서는 패스만 반복하기보다 이런 개인 플레이로 한 명의 수비수를 벗겨내는 장면이 필요하다.
첫 골 이후에는 경기 흐름이 빠르게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불과 4분 뒤 장슬기의 크로스를 김민지가 헤더로 연결하면서 두 번째 골이 나왔다. 그리고 전반 38분에는 장슬기가 직접 골을 넣어 전반을 3-0으로 마쳤다. 첫 골이 나오기 전까지는 미얀마가 어느 정도 계획대로 버티고 있었지만 9분 사이 세 골을 허용하면서 준비했던 수비 전략이 사실상 무너졌다.
내가 보기에는 김민지의 첫 골이 가장 중요했다. 최종 결과가 5-0이라 후반의 장면들이 더 화려하게 보일 수 있지만, 상대가 수비적으로 내려앉은 경기에서는 0-0이 오래 이어질수록 공격하는 팀의 조급함이 커진다. 그 시간을 김민지가 끝냈다는 점에서 첫 번째 골의 가치가 컸다.
왼발·헤더·오른발, 해트트릭 내용도 좋았다
김민지는 후반 14분 장슬기의 컷백을 오른발로 마무리하면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컷백은 측면 깊숙한 지역까지 들어간 선수가 골문 앞으로 바로 올리는 대신 뒤쪽으로 공을 내주는 패스를 말한다. 수비수들의 시선이 골문 쪽으로 향한 순간 뒤에서 들어오는 공격수가 슈팅하기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세 골의 형태가 모두 달랐다는 점이다. 첫 골은 왼발 슈팅, 두 번째 골은 헤더, 세 번째 골은 오른발이었다. 단순히 상대 수비의 실수로 비슷한 위치에서 세 골을 주워 담은 해트트릭과는 내용이 달랐다. 좁은 공간에서 직접 슈팅 각도를 만들었고, 크로스 상황에서는 높이를 이용했으며, 마지막에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움직임과 마무리를 보여줬다.
김민지는 경기 후 첫 골 이후 자신감이 붙었고 두 번째 골 뒤에는 해트트릭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고 밝혔다. 세 번째 골 직전 벤치에서 교체를 준비하는 모습까지 봤다고 한다. 결국 교체되기 직전 찾아온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고 임무를 마쳤다.
나는 이번 경기에서 새로운 득점원이 나왔다는 사실을 가장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토너먼트에서는 특정 공격수 한 명에게 득점이 몰리면 상대가 대비하기 쉬워진다. 반대로 여러 위치에서 골을 만들 수 있는 선수가 나오면 공격 방법 자체가 늘어난다. 김민지가 미얀마전 한 경기의 활약으로 대표팀의 확실한 해결사가 됐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다음 경기에서 상대가 신경 써야 할 선수가 한 명 더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5-0에도 페널티킥 두 번 실패는 아쉬웠다
큰 점수 차 때문에 가려졌지만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한국은 후반에 두 차례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지만 모두 득점하지 못했다. 후반 3분 최유리가 얻어낸 페널티킥은 골대를 맞았고, 후반 20분에는 손화연이 직접 얻은 페널티킥을 찼지만 미얀마 골키퍼에게 막혔다.
최유리는 이후 후반 31분 득점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직접 만회했다.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받아 골키퍼를 넘기는 슈팅으로 한국의 다섯 번째 골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다섯 골 차 승리를 완성했지만 페널티킥 두 번을 모두 성공했다면 골득실은 +7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조별리그에서는 골득실이 순위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첫 경기 후 한국과 북한은 나란히 승점 3점을 얻었지만 북한이 방글라데시를 10-0으로 이기면서 골득실에서 앞서 F조 1위가 됐다. 한국은 +5로 2위에서 시작했다.
내가 페널티킥 실패를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이유는 토너먼트 때문이다. 8강 이후에는 한 번의 페널티킥이 경기 전체를 바꿀 수 있고, 승부차기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 미얀마전에서는 5-0으로 이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일본이나 북한처럼 전력이 강한 상대와의 경기에서 같은 상황이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승 속에서도 대표팀이 따로 점검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방글라데시, 결국 시선은 북한전
한국의 다음 상대는 9월 17일 방글라데시다. 북한이 첫 경기에서 방글라데시를 10-0으로 이겼다는 결과를 생각하면 한국 역시 승리뿐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많은 득점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해졌다. 다만 무조건 북한의 10골을 의식해서 공격적으로만 나가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까지 이어지는 대회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과 부상 위험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9월 21일에는 북한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첫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사실상 F조 1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큰 경기다. 북한은 첫 경기부터 10골을 넣었고 한국 역시 5골을 기록했다. 두 팀 모두 첫 경기에서 실점하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민지도 경기 후 북한의 기술적인 부분이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평가하면서 결국 남북전에서는 투지와 정신력도 중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미얀마전에서 통했던 공격이 북한을 상대로 똑같이 통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상대의 압박 강도와 수비 속도부터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방글라데시전에서 단순히 몇 골을 넣느냐보다 신상우 감독이 어떤 선수 조합을 시험하는지도 보고 싶다. 김민지에게 다시 많은 시간을 줄지,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아끼면서 다른 공격 조합을 사용할지도 북한전을 준비하는 과정과 연결될 수 있다.
미얀마전 5-0 승리는 아시안게임 첫 경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좋은 출발이었다. 김민지라는 새로운 득점 카드가 해트트릭으로 등장했고 장슬기와 최유리까지 골을 넣었다. 동시에 페널티킥 두 차례 실패라는 분명한 숙제도 남았다. 첫 경기의 점수만 보고 완벽했다고 평가하기보다는 잘된 부분과 고쳐야 할 부분이 동시에 나온 경기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제 방글라데시전을 거쳐 북한을 만났을 때 미얀마전에서 확인한 공격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더 궁금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