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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번째 대회에서 드디어 우승했다

골프에서 우승은 실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꾸준하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도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몇 번의 기회를 잡아 곧바로 정상에 오르는 선수도 있다. 최예림은 오랫동안 전자에 가까웠다. 그런데 2026년 9월 6일, 그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

최예림은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하며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임희정을 한 타 차로 따돌린 결과였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우승 횟수가 아니라 이번 대회가 최예림의 정규투어 239번째 출전이었다는 점이다.

2018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이후 무려 9번이나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우승은 단순히 한 번의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오랫동안 반복됐던 아쉬움을 마침내 끊어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우승이 더 눈에 들어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39번째라는 숫자만 보면 오랜 기다림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상위권 성적과 우승 직전까지 갔던 순간들이 함께 들어 있다. 결국 최예림에게 필요했던 것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지막 한 번의 결과였던 셈이다.

준우승 9번은 결코 평범한 기록이 아니다

최예림을 이번 우승 하나만 놓고 보면 그동안 왜 정상에 오르지 못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예림은 이번 대회 전까지 정규투어 238개 대회에 출전해 52차례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5위 이내 진입도 26번에 달했고, 그 가운데 9번은 준우승이었다.

이 기록에서 중요한 것은 ‘우승이 없었다’는 사실보다 ‘계속 우승 경쟁을 해왔다는 것’이다. 한두 번 반짝하고 사라진 선수가 아니라 오랜 기간 꾸준히 상위권에 접근했던 선수라는 뜻이다. 실제로 최예림은 우승 없이도 통산 상금 30억원을 넘길 만큼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왔다.

골프에서는 한 대회의 결과만으로 선수를 평가하기 어렵다. 티샷부터 아이언, 어프로치, 퍼팅까지 여러 요소가 동시에 맞아야 하고,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심리적인 부담까지 더해진다. 그래서 실력이 비슷한 선수 사이에서도 우승 횟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예림의 경우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해서 경쟁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꾸준히 높은 순위에 올랐기 때문에 준우승 횟수도 많아졌다. 9번이나 우승 바로 앞까지 갔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정상에 가까운 경기력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우승을 단순한 ‘준우승 징크스 탈출’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조금 아쉽다. 오랫동안 쌓아온 경기력이 결국 한 번의 우승으로 연결됐다는 쪽이 더 정확해 보인다.

이번에는 무엇이 달랐을까

이번 대회에서 최예림은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숫자만 보면 마지막 날 엄청난 타수를 줄인 우승은 아니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미 만들어 놓은 기회를 끝까지 지켜냈다는 점이다.

최예림은 최종 라운드 전반에 버디를 잡아내며 한때 추격자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이후 후반 들어 보기 2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흔들릴 수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특히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퍼트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1타 차 승리를 완성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술적인 능력만큼 경기 운영이 중요하다. 선두에 있는 선수는 공격적으로만 플레이할 필요가 없고, 반대로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나서면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 최예림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타수를 계속 크게 줄이는 방식보다는 자신이 확보한 리드를 관리하는 쪽에 가까운 경기를 했다.

나는 이번 우승에서 이 부분을 상당히 중요하게 보고 싶다. 9번의 준우승을 경험한 선수라면 마지막 순간에 대한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서 나간 뒤 흔들리는 순간이 있었음에도 결과적으로 한 타 차를 지켜냈다. 과거와 같은 상황에서도 마지막 선택이 달라졌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 이번 우승은 갑자기 만들어진 결과라기보다는 이전부터 쌓아온 경험이 마지막 순간에 제대로 작동한 결과에 가깝다. 239번째 도전이라는 숫자가 크게 보이지만, 그 안에 있었던 238번의 경험 역시 이번 우승을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우승 이후 최예림에게 남은 것은

이번 우승으로 최예림은 단순히 첫 승이라는 기록 하나를 추가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더하면서 시즌 상금 순위와 대상 포인트에서도 모두 3위로 올라섰다. 시즌 후반부에 들어선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결과다.

특히 이번 우승 전까지도 최예림은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는 김민솔과 연장전까지 갔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에는 비슷하게 우승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마지막 결과가 달라졌다. 이 차이는 앞으로 최예림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제 최예림에게 붙었던 ‘준우승이 많은 선수’라는 설명은 더 이상 가장 앞에 놓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첫 우승을 계기로 다음 우승을 얼마나 빠르게 추가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관심사가 됐다. 한 번 정상에 오른 경험이 다음 대회에서 심리적인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첫 우승 이후 곧바로 연승을 이어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골프는 매 대회 코스와 날씨, 샷 컨디션이 달라지고 경쟁 선수들의 경기력도 함께 봐야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최예림이 우승을 할 수 있는 경기력을 갖췄다는 것은 이번 대회를 통해 분명하게 증명됐다.

239번째 도전 끝에 첫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예림. 이번 우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숫자는 10언더파도, 1타 차도 아닐 수 있다. 오히려 239라는 숫자 자체가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수없이 우승 문턱을 두드렸던 선수가 결국 그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하나다. 첫 우승을 오래 기다렸던 최예림이 과연 두 번째 우승은 얼마나 빨리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번 한 번의 우승이 오랜 기다림의 끝인지, 아니면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인지는 앞으로의 KLPGA 투어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