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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가 ABS를 도입한 뒤 볼카운트에 따라 달라지던 스트라이크 판정이 거의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6년 9월 공개된 연구에서는 사람 심판이 판정하던 시기에 0-2 카운트의 경계선 투구가 스트라이크로 선언될 확률은 낮아지고, 3-0 카운트에서는 반대로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기계가 판정하기 시작한 2024년 이후에는 같은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 결과를 두고 과거 심판들이 특정 선수나 팀을 의도적으로 유리하게 판정했다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연구가 확인한 것은 심판의 의도가 아니라 같은 위치의 공도 경기 상황에 따라 판정 확률이 달라졌던 흐름이다. ABS가 무엇을 바꿨는지 알아보려면 정확도만 볼 것이 아니라 볼카운트, 경기 후반, 포수의 포구 동작처럼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상황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ABS는 판정을 어떻게 바꿨나

KBO는 2024시즌부터 1군 전 경기에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인 ABS를 도입했다. ABS는 투구의 궤적과 홈플레이트 통과 위치를 추적해 미리 설정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는지 기계가 판정하는 방식이다. 판정 결과는 주심에게 전달되고, 주심이 그 결과에 따라 스트라이크와 볼을 선언한다.

KBO 방식에서는 주심이 먼저 판정하고 선수가 이의를 제기했을 때만 기계의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투구의 스트라이크와 볼을 시스템이 결정한다. 주심은 기계가 내린 결과를 선수와 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홈런이나 아웃 여부처럼 화면을 다시 돌려보며 판정을 바꾸는 비디오 판독과도 구조가 다르다.

사람 심판이 볼과 스트라이크를 결정할 때는 공의 위치만 보지 못할 수 있다. 포수가 공을 잡는 방법, 투수의 제구력에 대한 기존 인식, 볼카운트, 경기 점수와 이닝이 순간적인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심판이 일부러 기준을 바꾸지 않더라도 짧은 시간에 판단하는 과정에서 상황 정보가 섞일 수 있다. 기계는 이런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설정된 존과 공의 위치만 비교한다.

내가 ABS 경기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차이도 판정의 결과보다 기준의 반복성이었다. 타자나 투수가 판정에 불만을 보이더라도 다음 공에는 같은 기준이 다시 적용된다. 전날 경기에서 스트라이크였던 코스가 오늘은 볼이 되는 문제는 시스템 설정과 측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전제에서 줄어들 수 있다. 선수는 심판의 성향보다 고정된 존에 맞춰 타격과 투구 계획을 세우게 된다.

0-2와 3-0에서 달랐던 판정

이번 연구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온 부분은 카운트 편향이었다. 카운트 편향이란 같은 위치에 들어온 공이라도 현재 볼과 스트라이크 개수에 따라 심판의 판정 확률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삼진 선언을 신중하게 하고, 볼 세 개 이후에는 볼넷 선언을 주저하는 인간 심리가 판정에 섞일 수 있다는 가설이다.

연구진은 아무런 볼과 스트라이크가 없는 0-0 상황을 기준으로 다른 볼카운트의 판정을 비교했다. 사람 심판 시기에는 0-2 카운트에서 경계선 투구가 스트라이크로 선언될 확률이 17.17%포인트 낮았다. 같은 공이 초구로 들어왔을 때보다 타자를 삼진으로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볼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3-0 카운트에서는 반대 흐름이 나왔다. 사람 심판이 판정한 시기의 스트라이크 확률은 0-0보다 6.61%포인트 높았다. 공 하나만 더 빠지면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하는 상황에서 경계선 투구의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넓어진 것처럼 나타났다. 야구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됐던 “0-2에서는 존이 좁아지고 3-0에서는 넓어진다”는 경험적인 주장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ABS가 적용된 시기에는 0-2와 3-0에서 나타난 차이가 0에 가까워졌고, 여러 조건을 반영한 통계 검증에서도 뚜렷한 결과로 남지 않았다. 기계는 삼진이나 볼넷이 걸린 상황을 알더라도 판정에 반영하지 않는다. 설정된 존을 공이 통과하면 스트라이크, 벗어나면 볼이다. 선수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황을 고려해 존을 조정하지 않는다.

내가 이 수치에서 흥미롭게 본 부분은 0-2의 차이가 3-0보다 훨씬 컸다는 점이다. 사람 심판은 볼넷보다 삼진처럼 한 타석을 즉시 끝내는 판정에서 더 조심스러웠을 수 있다. 다만 이 해석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추정이다. 수치만으로 각 심판이 어떤 생각을 하고 판정했는지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모든 공에서 차이가 난 것은 아니다

17.17%포인트라는 숫자만 보면 과거 스트라이크 판정 전체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연구는 모든 투구가 아니라 스트라이크존의 경계 구역을 중심으로 비교했다. 경계 구역이란 스트라이크존 안쪽과 바깥쪽의 구분이 어려워 사람 심판의 판단이 갈릴 수 있는 좁은 범위를 말한다.

주요 분석에서는 존 경계로부터 0.25피트, 약 7.62㎝ 안에 들어온 공을 살펴봤다. 홈플레이트 중앙으로 들어오는 명확한 스트라이크나 존에서 크게 벗어난 볼은 사람과 기계의 판정 차이가 생길 가능성이 작다. 논쟁이 발생하는 투구는 대부분 존의 위아래나 좌우 경계를 스치는 공이다. 이번 수치도 이런 까다로운 공에서 측정된 결과다.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2021년부터 2026시즌 중 수집이 끝난 시점까지의 KBO 투구 데이터다. 연구진은 그중 2022년과 2023년을 사람 심판 판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2024년 이후를 ABS 시기로 비교했다. 여러 시즌을 사용했다는 장점은 있지만 구장별 측정 환경, 시즌마다 달라진 선수 구성, 투수와 타자의 적응 과정까지 완전히 같게 만들 수는 없다.

연구 결과도 모든 의심이 사실이었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 홈팀이 일관되게 유리했다는 근거는 대부분 뚜렷하지 않았고, 선수 연봉을 이용해 살펴본 유명 선수 효과도 조건을 바꾸면 결과가 달라졌다. 일부 상황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사람 심판의 모든 판정이 광범위하게 편향됐다고 볼 정도는 아니었다.

숫자를 읽을 때는 “ABS가 오심을 모두 없앴다”는 결론도 조심해야 한다. 기계는 설정된 존을 일관되게 적용하지만 존의 높이와 좌우 폭을 어떻게 정할지는 리그의 선택이다. 측정 장비가 구장마다 동일하게 작동하는지, 공의 궤적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는지도 계속 확인해야 한다. 판정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바뀌면서 논쟁의 대상이 심판의 눈에서 시스템 설정과 장비 관리로 이동한 것이다.

포수와 투수의 전략도 달라졌다

사람 심판 시기에는 포수에 따라 경계선 투구의 판정 결과가 달라지는 흐름도 관찰됐다. 이와 연결되는 기술이 포수 프레이밍이다. 포수 프레이밍은 스트라이크존 근처의 공을 안정적으로 잡고 미트를 움직여 심판에게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만드는 포구 기술이다.

ABS에서는 포수가 공을 어디에서 잡았는지가 스트라이크 판정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한 위치와 높이로 결과가 이미 결정되기 때문이다. 포수가 낮은 공을 끌어올리거나 바깥쪽 공을 존 안으로 당겨 잡아도 판정은 바뀌지 않는다. 연구에서도 사람 심판 시기에 나타났던 포수별 차이가 ABS 적용 이후에는 거의 사라졌다.

프레이밍의 가치가 줄었다고 해서 포수의 수비 능력 전체가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포수는 공을 뒤로 빠뜨리지 않는 블로킹, 도루를 막는 송구, 투수의 공 배합과 경기 운영을 맡는다. 경계선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들어내던 능력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다른 수비 기술이 포수 평가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투수의 접근도 바뀐다. 사람 심판의 성향을 파악해 스트라이크존을 조금씩 넓혀 가는 방식보다 시스템이 인정하는 경계를 직접 공략해야 한다. 0-2에서 존 바깥쪽으로 유인구를 던진 뒤 심판의 판정을 기대하는 전략도 효과가 줄었다. 존을 살짝 벗어나면 볼이 되기 때문에 타자의 헛스윙을 끌어내거나 실제 경계 안으로 공을 넣어야 한다.

내 생각에는 ABS의 가장 큰 효과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무조건 정확하게 만들었다는 표현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던 여지를 줄였다는 데 있다. 이번 연구는 0-2와 3-0, 경기 초반과 후반, 포수별 차이가 사람 판정 시기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홈팀이나 유명 선수에게 항상 유리했다는 통념은 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ABS를 평가할 때도 불편했던 판정 한두 개보다 여러 시즌의 데이터를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