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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US오픈 남자 단식 8강전이 현지시간 오전 3시 33분에 끝났다. 벤 셸턴은 카를로스 알카라스를 6-7(5), 6-1, 6-3, 1-6, 7-6(7)으로 꺾었다. 경기 시간은 4시간 28분이었다. 오후 11시 4분에 시작된 승부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US오픈 역사상 가장 늦게 끝난 경기로 기록됐다.
두 선수가 만든 접전은 충분히 인상적이었지만 종료 시각을 떼어 놓고 보기는 어렵다. 경기 후 인터뷰와 치료, 식사, 이동까지 마쳐야 잠자리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오전 3시 33분이라는 기록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도 명승부의 여운보다 선수들은 도대체 몇 시에 잠들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왜 시작부터 밤 11시였을까
나이트 세션은 낮 경기 입장권과 별도로 운영되는 저녁 경기 시간대다. US오픈의 아서 애시 스타디움 야간 일정은 일반적으로 오후 7시에 시작하며, 여자 단식과 남자 단식 한 경기씩을 연이어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셸턴과 알카라스의 8강전도 야간 세션의 두 번째 경기였다.
첫 경기가 오후 7시에 시작한다고 해서 두 번째 경기의 시작 시각까지 정확히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앞 경기가 세 세트 접전으로 길어지거나 타이브레이크가 반복되면 다음 경기는 그대로 밀린다. 경기 종료 후 관중 이동과 코트 정리, 선수 입장 및 준비 시간도 필요하다. 오후 9시나 10시로 예상됐던 경기가 자정 가까이 시작되는 상황이 여기서 나온다.
남자 단식은 5세트제로 진행된다. 5세트제는 먼저 세 세트를 따낸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승부가 마지막 세트까지 가면 경기 시간이 네 시간을 넘길 수 있다. 셸턴과 알카라스의 경기도 다섯 번째 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졌다. 시작 시각이 오후 11시를 넘은 상태에서 4시간 28분을 뛰었으니 오전 3시 33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야간 경기는 뉴욕 관중이 퇴근 후 경기장을 찾을 수 있고 미국의 저녁 방송 시간에도 맞출 수 있다. 흥행 면에서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문제는 두 경기를 같은 세션에 배치하면서 두 번째 경기의 시작 시각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 경기가 짧게 끝나기를 기대하는 방식으로는 새벽 경기를 막기 힘들다.
예정 시각은 출발선일 뿐이다
테니스 일정표에는 두 번째 경기 옆에 낫 비포 시간이 적히기도 한다. 낫 비포는 해당 시각보다 일찍 시작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그 시간에 반드시 시작한다는 약속은 아니다. 오후 9시 이전에는 시작하지 않는 경기라면 앞 경기가 길어질 경우 오후 10시나 자정 이후로 넘어갈 수 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일정표를 보면 선수들이 밤 11시에 경기하도록 처음부터 고정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야간 첫 경기의 진행 시간에 따라 두 번째 경기의 시작이 움직인다. 내가 US오픈 일정을 확인할 때 두 번째 경기의 표기 시각보다 앞에 배치된 경기가 여자 단식인지 남자 단식인지, 최대 몇 세트까지 갈 수 있는지를 함께 보는 이유다.
US오픈에는 윔블던의 오후 11시 중단 규정과 같은 명확한 야간 통행 제한 시간이 없다. 경기가 시작되면 비가 오거나 코트 상태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승부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다.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는 지붕도 있어 비로 인한 중단을 줄여주지만, 역설적으로 새벽까지 경기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번 대회에서는 셸턴과 알카라스전만 늦었던 것도 아니다. 개막 후 여러 경기가 오전 2시를 넘겨 끝났고, 비너스 윌리엄스가 출전한 한 경기는 자정이 지난 오전 12시 13분에 시작됐다. 대회 운영진도 셸턴과 알카라스전 이후 향후 편성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번의 이례적인 장기전이 아니라 일정 구조에서 반복된 문제라는 뜻이다.
종료 뒤에도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선수는 마지막 포인트가 끝났다고 곧바로 숙소로 돌아가 잠드는 것이 아니다. 코트 인터뷰와 기자회견, 샤워, 물리치료, 영양 보충, 도핑 검사 대상자 선정 여부 확인 등이 남아 있다. 오전 3시 33분에 경기를 마쳤다면 실제 취침은 해가 뜰 무렵까지 늦어질 수 있다. 몸은 네 시간 넘게 격렬하게 움직인 상태라 침대에 누워도 바로 잠들기 어렵다.
일주기 리듬은 우리 몸이 약 24시간을 기준으로 수면과 각성, 체온,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생체 주기다. 새벽까지 강한 조명 아래에서 경기하고 높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 평소 잠들던 시간과 신체 각성 시간이 어긋난다. 다음 날 늦게까지 잔다고 해도 평소와 같은 수면의 질을 확보한다는 보장은 없다.
경기 후에는 수분과 전해질뿐 아니라 글리코겐도 보충해야 한다. 글리코겐은 근육과 간에 저장돼 운동할 때 에너지로 사용되는 탄수화물 형태다. 장시간 경기를 치르면 저장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선수는 식사와 회복 음료를 통해 이를 다시 채운다. 수면이 부족하면 에너지 저장 회복과 근육 손상 회복에도 불리할 수 있다.
셸턴은 금요일 오후 7시로 예정된 프랜시스 티아포와의 준결승까지 하루를 쉬지만, 달력에 휴식일이 있다고 회복 조건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새벽 경기 다음 날에는 수면, 치료, 식사 시간이 모두 뒤로 밀린다. 정상적인 훈련을 강하게 진행하기보다 가벼운 움직임과 스트레칭, 수분 및 열량 보충, 낮잠을 조합해 몸을 다시 경기 시간에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명승부와 좋은 일정은 다르다
새벽 경기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남아 있는 관중과 선수 사이의 긴장감이 커지고, 긴 경기 자체가 대회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경기장이 비기 시작하고 주요 시청자가 잠든 뒤에야 승부가 끝난다면 흥행 효과를 온전히 얻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선수뿐 아니라 심판, 볼키즈, 방송 제작진과 경기장 직원도 새벽까지 근무해야 한다.
해결 방법으로는 야간 세션을 한 시간 앞당기거나, 두 번째 경기가 일정 시각까지 시작하지 못하면 다른 코트로 옮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야간 세션에 단식 한 경기만 편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입장권 가치와 중계 편성에 영향을 준다. 남자 단식을 3세트제로 줄이자는 의견도 있으나 그랜드슬램 5세트 승부의 전통과 경기 성격이 달라진다는 반론이 강하다.
내 생각에는 경기 형식을 바꾸기 전에 시작 시각을 통제하는 쪽이 먼저다. 오후 11시가 넘은 시점에 최대 5세트 경기를 시작하면서 적당한 시간에 끝나기를 바라는 것은 선수에게 위험을 넘기는 방식에 가깝다. 일정 변경 기준을 미리 공개하고, 일정 시각을 넘긴 두 번째 경기는 다른 코트로 이동하거나 다음 날로 조정하는 선택지가 필요하다.
늦게 끝난 선수가 다음 경기에서도 충분한 경기력을 보여주면 심야 편성의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회복 능력 역시 선수의 실력에 포함되지만, 대회가 불필요하게 수면 시간을 깎아야 할 이유는 없다. 같은 라운드의 상대가 오후에 경기를 마쳤다면 준비 조건의 차이는 더 커진다.
셸턴과 알카라스가 만든 4시간 28분의 승부는 경기 내용만으로 기억될 가치가 있다. 오전 3시 33분이라는 기록까지 매력적인 이야기로 포장할 필요는 없다. 관중이 끝까지 볼 수 있고 선수가 다음 경기를 정상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일정이 갖춰져야 명승부도 제대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