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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핸드볼, 일본을 넘어 다시 아시아 정상으로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정상에 올랐다. 이계청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월 27일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 엔트리오에서 열린 여자 핸드볼 풀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을 27-23으로 꺾었다. 이번 대회 여자 핸드볼은 토너먼트 결승 방식이 아니라 풀리그로 우승팀을 결정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결승전이 아닌 풀리그 최종전이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앞선 성적으로 마지막 경기에서 만났다는 점을 생각하면 금메달의 주인을 가리는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국은 이 경기까지 6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6전 전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금메달은 단순히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는 결과만으로 보기에는 의미가 더 크다. 한국 여자 핸드볼이 마지막으로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던 대회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였다. 이후 공식 명칭상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에 정상 자리를 내줬다. 항저우 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제로는 2023년에 열렸지만 대회 명칭은 그대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사용한다. 그리고 3년 뒤 일본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다시 금메달을 되찾았다. 8년 만의 정상 복귀이자 한국 여자 핸드볼의 아시안게임 통산 8번째 우승이다.
특히 상대가 일본이었다는 점이 이번 결과를 더 인상적으로 만든다. 최근 아시아 여자 핸드볼에서 일본의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한국이 예전처럼 당연하게 우승을 차지한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이번에도 개최국 일본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은 상대와 일본에서 직접 맞붙어야 했다. 그 상황에서 경기 초반부터 끌려가지 않고 주도권을 잡았다는 점이 좋았다. 결과만 보면 4골 차 승리지만 경기 내용을 따라가 보면 한국이 수비와 골키퍼의 선방을 바탕으로 경기 흐름을 비교적 꾸준히 관리한 경기였다.
19-29에서 27-23으로, 항저우와 완전히 달라진 결과
이번 한일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경기가 직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이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19-29로 패했다. 한두 골 차 접전에서 패한 것도 아니었다. 전반을 8-14로 뒤진 뒤 후반에도 점수 차를 줄이지 못하면서 결국 10골 차 패배를 당했다. 일본은 당시 여자 핸드볼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차지했고, 한국은 은메달에 머물렀다. 오랫동안 아시아 여자 핸드볼의 중심에 있던 한국 입장에서는 결과뿐 아니라 점수 차까지 충격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그래서 이번 27-23 승리는 단순한 한 경기의 승리보다 지난 대회의 흐름을 뒤집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에는 경기 시작부터 한국이 일본을 쫓아가는 형태가 아니라 일본이 한국을 따라오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한국은 초반 권한나와 류은희의 득점, 김보은의 돌파 등을 앞세워 7-5로 리드를 잡았다. 일본이 중앙 공격을 활용해 7-7까지 따라왔지만 한국은 다시 점수 차를 벌렸다. 이후 상대 패스를 끊어 빠른 공격으로 연결하면서 14-10까지 달아났고 전반을 16-12, 네 골 차로 마쳤다.
항저우 결승에서는 한국이 전반부터 여섯 골을 뒤지면서 후반에 부담을 안고 경기를 풀어야 했다. 반대로 이번 경기에서는 한국이 전반부터 리드를 잡은 상태에서 일본이 따라오도록 만들었다. 같은 두 팀의 맞대결이지만 경기의 방향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개인적으로도 이 차이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지난 패배를 갚았다는 표현만으로 이번 승리를 설명하기보다는, 세 경기 결과의 숫자만 비교해도 한국이 어떤 부분을 준비했는지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 19득점에 그쳤던 팀이 이번에는 27점을 넣었고, 29점을 허용했던 일본의 공격은 23점으로 막았다.
박새영의 12세이브,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은 수비
이번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부분을 하나 고르라면 골키퍼와 수비를 빼놓기 어렵다. 한국은 후반 시작 후 김민서의 페널티 슛과 가로채기에 이은 득점으로 19-14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일본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이 21-18로 앞서던 상황에서 류은희가 2분 퇴장을 당하면서 분위기가 흔들릴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 핸드볼에서 한 명이 빠진 채 2분을 버텨야 하는 상황은 공격과 수비 모두 큰 부담이 된다. 점수 차도 세 골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연속 실점이 나왔다면 경기 흐름이 일본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 구간을 무실점으로 넘겼다. 박새영의 선방과 협력 수비가 일본의 추격을 막았고 이후 정진희까지 일본의 페널티 슛을 막아냈다. 전지연의 사이드 득점과 김보은의 돌파까지 이어지면서 종료 10분을 남기고 점수는 23-18까지 벌어졌다. 후반 막판 일본이 다시 24-22까지 따라왔지만 이번에도 박새영이 슛을 막아냈고, 종료 약 3분 전 주장 권한나가 득점하면서 승부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기록에서도 박새영의 활약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박새영은 전반 7개, 후반 5개를 합쳐 총 12개의 슛을 막았고 방어율은 41%였다. 공격에서는 베테랑 류은희가 5골, 권한나가 4골을 넣으며 두 선수가 9골을 합작했다. 공격 득점도 중요했지만 이번 경기를 보면서 더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일본이 추격할 때마다 한국이 한 번씩 흐름을 끊었다는 점이다. 크게 앞선 채 편하게 끝낸 경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장면들이 결국 네 골 차 승리를 만든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금메달이 더 반가운 이유
한국 여자 핸드볼은 과거 아시아 무대에서 워낙 강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자체가 특별하지 않게 느껴졌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10골 차로 패했고 일본 여자 핸드볼의 수준도 계속 올라왔다. 이제는 과거의 성적만 가지고 한국이 아시아 최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서 일본을 직접 꺾고 금메달을 되찾았다는 점이 이번 우승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승리를 '한국 여자 핸드볼이 예전의 위치를 완전히 되찾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다시 경쟁할 힘을 보여준 경기라고 보고 싶다. 한 번의 대회 우승만으로 장기적인 흐름을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직전 아시안게임에서 10골 차로 패했던 상대를 상대로 이번에는 경기 초반부터 리드를 잡고, 상대의 추격이 거세진 순간에도 버티면서 승리했다는 과정은 분명 긍정적이었다. 무엇보다 6경기를 모두 이기고 우승했다는 결과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가장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베테랑의 역할도 인상적이었다. 류은희와 권한나는 36세의 나이에도 중요한 경기에서 전반 공격을 이끌었고, 젊은 선수들과 함께 경기의 중심을 잡았다. 골키퍼 박새영의 선방과 여러 선수의 고른 득점까지 더해지면서 특정 선수 한 명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모습도 나왔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런 경기력을 아시안게임 한 대회에 그치지 않고 국제무대까지 얼마나 이어갈 수 있느냐다. 이번 대회가 끝난 뒤에는 다음 올림픽을 향한 준비도 이어져야 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하나의 결과이고, 그 다음 단계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가 더 중요해졌다.
항저우에서 19-29로 패했던 스코어가 이번에는 27-23 승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은메달이었던 결과도 금메달로 바뀌었다. 지난 패배를 지우는 방법은 결국 다시 만나 경기장에서 이기는 것밖에 없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그 답을 결과로 보여줬다. 8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 복귀와 통산 8번째 금메달. 이번 우승이 반가운 가장 큰 이유는 금메달 숫자 하나가 추가됐기 때문만이 아니라, 지난 대회의 큰 패배 이후 같은 상대를 다시 만나 경기 내용까지 바꿔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