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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다시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9월 27일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1로 승리하며 2010 광저우 대회부터 이어진 아시안게임 5회 연속 금메달을 완성했다. 결승 상대가 개최국 일본이었고, 불과 이틀 전 슈퍼라운드에서는 같은 일본에 0-5로 완패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극적인 결과였다.

다만 이번 대회를 금메달이라는 결과 하나만 놓고 보기에는 아쉬웠던 장면도 적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는 대만을 5-0으로 꺾고 홍콩과 태국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지만, 상대 투수의 제구와 변화구에 고전하는 모습도 반복됐다. 특히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는 타선이 4안타에 그쳤고 병살타가 세 차례나 나오며 한 점도 뽑지 못했다. 결국 결승에서는 같은 상대를 꺾었지만, 이번 대회는 한국 야구의 강점과 함께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

결승에서 달라진 한국, 일본에 제대로 설욕했다

결승전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이틀 전 일본전과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한국은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0-5로 패했다. 일본 선발 히구치 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4안타밖에 만들어내지 못했고, 출루한 주자를 살리지 못하면서 경기 내내 끌려갔다. 반면 결승에서는 초반부터 먼저 점수를 냈다. 2회 윤동희가 출루한 뒤 문현빈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한국이 1-0으로 앞섰다. 큰 점수 차는 아니었지만 앞선 일본전처럼 상대 투수에게 완전히 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기 흐름부터 달랐다.

한국은 7회 일본에 한 점을 허용해 1-1 동점을 내줬지만 바로 무너지지 않았다. 승부처는 8회초였다. 김주원이 출루한 뒤 김도영이 3루수 쪽 강습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며 다시 앞서가는 점수를 뽑았다. 이번 대회에서 기대만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던 김도영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해결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어 문보경이 중전 적시타를 추가하면서 점수는 3-1까지 벌어졌다. 한국은 8회말 1사 1, 3루 위기를 맞았지만 박영현이 일본의 중심 타선을 막아내면서 리드를 지켰고, 9회에도 주자를 내보낸 뒤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면서 경기를 끝냈다.

단순히 결승에서 이겼다는 것보다 첫 맞대결의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어느 정도 수정했다는 점을 높게 볼 수 있다. 같은 상대를 이틀 만에 다시 만나는 상황에서 첫 경기의 0-5 패배가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승에서는 초반부터 먼저 출루하고 주자를 움직였고, 동점을 허용한 뒤에도 공격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일본을 3-1로 꺾으며 앞선 패배를 그대로 갚아줬다. 아시안게임 5연패라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대회 중 한 차례 크게 흔들린 뒤 다시 같은 상대를 만나 경기 내용을 바꿔냈다는 점이 이번 결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다.

금메달의 중심에는 역시 곽빈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선수 중 한 명은 곽빈이었다. 첫 경기였던 대만전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곽빈은 대만을 상대로 6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고 1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대만은 한국과 함께 B조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꼽혔지만 곽빈이 경기 초반부터 타선을 완전히 묶으면서 한국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5-0으로 승리했고, 이후 조별리그 3연승으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도 곽빈의 역할은 컸다. 일본을 상대로 6⅓이닝 동안 111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한국 타선이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만들어낸 경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버텨주는 것이 중요했다. 실제로 한국은 2회 한 점을 뽑은 뒤 7회까지 추가점을 만들지 못했다. 곽빈이 일본 타선을 상대로 계속 버텨주지 못했다면 경기의 균형이 훨씬 빨리 무너질 수도 있었다. 7회 한 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지만, 선발투수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고 볼 수 있다.

곽빈이 내려간 뒤에는 조병현과 박영현이 이어 던졌다. 특히 경기 후반에는 주자가 쌓이는 위기가 있었지만 불펜이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조병현은 1이닝을 맡았고, 박영현은 1⅔이닝 동안 실점 없이 마지막까지 경기를 책임졌다. 결승전은 타선의 8회 집중력이 승부를 결정했지만 그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경기를 팽팽하게 유지한 것은 투수진의 힘이었다. 대만전과 결승에서 모두 긴 이닝을 책임진 곽빈의 활약을 보면 이번 금메달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할 수밖에 없는 선수다. 국제대회처럼 단기전에서는 확실하게 계산할 수 있는 선발투수 한 명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전 0-5 패배, 결과보다 내용이 더 아쉬웠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경기를 하나 고른다면 슈퍼라운드 일본전이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대만, 홍콩, 태국을 모두 꺾으며 3연승으로 올라왔지만 일본과의 첫 맞대결에서는 0-5로 완패했다. 점수 차도 컸지만 더 아쉬웠던 것은 공격 과정이었다. 한국 타선은 일본 선발 히구치 신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히구치는 7이닝 동안 한국 타선을 4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한국이 아예 출루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어렵게 만들어낸 기회를 스스로 끊었다는 점이었다.

1회 김주원이 안타로 출루했지만 노시환이 병살타를 기록했다. 4회에도 김주원이 다시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노시환의 타구가 또 병살타로 이어졌다. 5회에는 박준순이 안타로 출루한 뒤 윤동희의 타구가 병살타가 됐다. 6회까지 한국이 기록한 세 개의 안타가 모두 병살타로 연결된 셈이다. 국제대회에서 많은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상대 선발투수가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을 때는 한두 번 찾아온 출루 기회를 얼마나 살리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경기의 병살타 세 차례는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넘기기에는 너무 컸다.

수비와 마운드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선발 소형준은 3회 안타와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한 뒤 연속해서 점수를 내줬다. 수비 실책까지 겹치면서 한 이닝에 3점을 허용했다. 6회에는 추격을 위해 투입한 불펜에서도 추가 실점이 나오면서 점수 차가 0-5까지 벌어졌다. 일본 대표팀이 전원 사회인 야구 선수로 구성됐다는 점 때문에 패배의 충격은 더 컸다. 물론 사회인 선수라고 해서 수준이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이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밀린 것은 분명 돌아볼 부분이었다. 결승에서 설욕했다고 해서 이 경기에서 나타난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타선은 대회 내내 완전히 시원하지 않았다

한국은 대회에서 홍콩을 13-0, 태국을 18-1로 꺾었고 중국과의 슈퍼라운드에서도 9-2로 승리했다. 표면적인 점수만 보면 공격력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력이 비교적 강했던 대만과 일본을 상대한 경기만 따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국은 대만에 5-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초반 공격은 답답했다. 상대 선발 린이웨이를 상대로 5회까지 단 한 점만 얻었다. 린이웨이는 당시 20세의 젊은 아마추어 투수였지만 한국 타선은 5이닝 동안 1안타에 그쳤다.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는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일본의 왼손 선발 히구치 신을 상대로 7이닝 4안타에 그치며 한 점도 뽑지 못했다. 대만전과 일본전을 합쳐 보면 제구가 안정적이고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투수를 만났을 때 타선이 빠르게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홍콩이나 태국을 상대로 많은 점수를 뽑아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결국 수준 높은 상대와의 경기에서 얼마나 점수를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 타선의 경기별 편차는 분명 짚어볼 부분이다.

결승에서도 한국이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일본을 몰아붙인 것은 아니었다. 2회 문현빈의 적시타로 먼저 한 점을 뽑았지만 이후 7회까지 추가점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승부는 8회 김도영과 문보경의 연속 적시타가 나오면서 갈렸다. 중요한 순간에 집중력이 살아났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매 경기 이런 방식으로 승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 특히 향후 프리미어12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처럼 투수들의 수준이 더 높은 국제대회를 생각한다면 처음 보는 투수를 상대로 빠르게 타이밍을 잡고, 출루한 주자를 효율적으로 불러들이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타선만 놓고 보면 결과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가능한 이유다.

5회 연속 금메달, 이제는 다음 국제대회를 봐야 한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해서 아시안게임 5회 연속 금메달의 가치를 낮게 볼 이유는 없다. 한국은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2026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 번 우승하는 것도 쉽지 않은 국제대회에서 다섯 대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기록이다. 이번에는 개최국 일본을 결승에서 직접 꺾었다는 점도 의미가 컸다. 특히 이틀 전 같은 상대에게 0-5로 패한 뒤 결승에서 3-1로 결과를 뒤집었다는 과정까지 생각하면 선수들이 보여준 집중력과 회복력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다는 점도 남았다. 김도영은 대회 내내 기대만큼 강한 타격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결승 8회 결정적인 적시타를 기록했다. 문현빈은 결승에서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고, 문보경 역시 중요한 추가점을 만들어냈다. 마운드에서는 곽빈을 중심으로 조병현과 박영현 등이 중요한 순간을 책임졌다. 국제대회에서 한 번의 실수와 한 번의 적시타가 경기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은 정규시즌과는 또 다른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금메달이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뜻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는 사회인 선수들로 구성된 상대에게 0-5로 패했고, 대만의 젊은 선발투수에게도 경기 초반 고전했다. 공격에서는 변화구와 정교한 제구에 대한 대응, 수비에서는 중요한 순간의 실수, 투수진에서는 위기 상황에서의 운영 등 다시 살펴볼 부분이 남았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결국 정상에 올랐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국제대회의 상대는 더 강하다. 이번 대회를 단순히 ‘또 금메달을 땄다’는 결과로만 남기기보다 잘했던 부분과 부족했던 부분을 함께 확인하는 계기로 삼는 편이 더 의미가 있다.

결과는 금메달이었다. 과정에서는 흔들렸고, 한일전 완패라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같은 일본을 다시 만나 승리하면서 대회를 끝냈다. 잘한 부분은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약점을 다음 국제대회까지 얼마나 보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시안게임 5연패는 이미 기록으로 남았다. 이제 한국 야구가 보여줘야 할 것은 이 경험을 더 높은 수준의 국제대회에서도 이어가는 모습이다.